피터 팬 어른들의

우리에게도 있었던 것일까?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갔으면 좋겠다는 영원한 기억을 만들어 준 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날아갔다. 어릴 때 날 수 있는 동심이 든든했던 그 순간이다.

피터 팬 어른들의 1

눈이 오는 날에는 부지런한 어른들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온 마을의 눈을 모두 양끝으로 쓸어 검은 눈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얼마나 부지런합니까. 눈이 오면 수북이 쌓였다는 소식을 듣고 속옷 바람으로 코트만 입고 달려갔지만 검은 회색 눈을 보자 마음이 무너졌다. 나만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던가, 이번에 눈이 오는 날에는 동네에 살던 누군가가 눈이다! 외치자 벌떡 일어나 나갔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눈덩이를 굴리며 눈장난을 하다가 돌아오면 등 뒤에서 엄마 폭풍의 잔소리가 시작되곤 했다.

50원을 주면 태워다 줄 말 아저씨가 리어카를 끌고 동네 골목으로 들어오던 날엔 막내라고, 아들이라고 아끼던 동생만 데려가 말에 태워 언니라고 옆에서 흔들 수 있다고 말하던 순간도 떠오른다. 그러면 동생이 밉고 얄미울 텐데, 딱지를 떼러 나갔다가 모두 잡아먹히고 억울하다며 울며 돌아오면 동생은 또 밤새 두꺼운 잡지와 스케치북의 표지를 떼어 최강의 딱지를 만들어 주곤 했다.

공기의 신이었던 우리 자매는 밤새도록 깡통에 가득 찬 공기를 바닥에 깔고 바람을 뺐다. 공기를 쓸어 만~만~만~만~공~기!! 맘보공기라면서 자(字)를 잡고 꺾어 뽑은 것만 집는데 깡통을 들고 나오면 가득 차지 않는 날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잃고 싶지 않은 동심 얘기를 하면서 왜 어른이 되면 나는 법을 잊을까. 얘기를 나눴다.

이젠 쾌활하지도 순수하지도 이기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는 순수했으면 좋겠다. 얌전할 때도 아직 적당히였으면 좋겠고, 낯가림이라도 자신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알고 싶지 않은 이상한 일을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청소년의 문턱에 선 어린아이가 스스로 그 문턱을 넘는 순간에 자신이 현재의 장점으로 여기는 모습을 잃을까봐 두려운 것이라고 느꼈다.

어렸을 때는 엄마 말이 다 옳고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많은 걸 아는 사람도 엄마라고 생각하고 사춘기가 되면 보통 엄마 말이 다 틀려서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다 다시 어른이 되면 그때 엄마 말을 들으면 후회를 해요.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동심을 갖고 믿고 싶어요.

밤하늘의 별은 아름답지만 별은 어떤 일에도 개입하지 않고 그저 영원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그것은 이미 기억할 별도 없을 만큼 오래 전에 저지른 잘못 때문에 별들에게 내려진 벌이다.그래서 별들은 나이가 들면 눈이 침침해지고 말수도 적어진다 윙크가 별들의 언어다. 하지만 어린 별들은 아직도 반짝반짝 호기심에 차 있다.

<피터팬>, 제임스 매튜 베리, 시공주니어 p40

어쩌면 우리는 모두 빛나는 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빛나고 아름답지만 밝게 빛나고 서서히 지는 별처럼 어린 별에서 나이 든 별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던 모습에서 이제는 세상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로 나를 감싸고, 그저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는 것처럼.

그냥 지켜보면 된다. 내 마음도 나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도.

그리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오랫동안 나도 나는 법을 잊지 말고 밝고 순수하고 이기적일 때가 있듯이 더 많은 것을 용서하고 자책하지 말자.

피터팬이 아이의 마음을 그린 지도라면 나는 매일 내 마음을 그린 지도를 그리는 것 같아. 앞으로는 많은 사람의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쓸 수 있는 어른들의 피터팬이 되고 싶어.”

다시 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어른들만의 피터팬!

#성장 #글쓰기 #피터팬 #고전읽기 #고전수업 #일상 #피터팬 #성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