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LCD-2Classic이 더 멋진 소리를 들려줬다. 캐나다의 오디오 명가 심오디오(Simaudio)에서 나온 헤드폰 앰프 430HA에 물린 결과다. 필자의 머릿속을 맑고 정연한 소리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왔다갔다하는 쾌감이 상당했다. 무대는 투명하고, 소리는 제각각이고, 보컬들은 이가 시리도록 깨끗했다. 지금 이 바쁜 포터블 시대에 왜 거치형 헤드폰 앰프가 필요한지를 430HA는 소리로 입증했다.

430HA: 헤드폰 앰프, DAC, 프리앰프
430HA는 거치형 헤드폰 앰프다. 가로폭이 42.9센치, 높이가 8.9센치, 깊이가 35.1센치로, 무게는 9.5킬로그램이다. 디자인은 누가 봐도 심오디오문(Moon) 제품이다. 전면 패널의 1 대 2 대 1 분할, 작은 버튼, 큰 볼륨 손잡이, 훈장처럼 박힌 MOON 로고, 블랙 디스플레이와 붉은 글꼴의 조화 등. 확실히 하프 사이즈의 헤드폰 앰프 230 HAD와 비교해서 보기가 좋다.
전면을 보면 좌측에 스탠바이, 게인, 디스플레이, X피드(Xfeed) 버튼, 우측에 입력(2), 뮤트, MP(Media Player) 버튼이 준비됐다. 설명이 필요한 버튼은 3개 정도. 게인은 14dB, 20dB 중 고를 수 있으며 X스피드(크로스스피드)는 좌우 채널 신호를 일부러 조금씩 섞어 좀 더 편안한 소리를 들려주고 MP는 바로 아래 3.5mm 잭 입력에 대응한다. 3.5mm 잭 아래에는 6.35mm 언밸런스 헤드폰 출력 잭이 준비됐다.

“뭐야? 헤드폰 앰프인데 줄력잭이 6.35mm밖에 없네?” 라고 할지 모르겠다필자도 그랬다.그런데 매뉴얼을 보기 전에 디스플레이 오른쪽에 신기(?) 손잡이가 보이고 왼쪽으로 밀려고 히든 카드가 등장했다.3핀 XLR 출력단자 2개와 4핀 XLR 출력단자 1개가 나타난 것이다.맞다. 이 정도는 갖춰야 전문 헤드폰 앰프다.
그러면 출력은? 헤드폰의 부하임피던스를 기준으로 하여 600옴에서 667mW, 300옴에서 1.33W, 50옴에서 8W를 낸다.심오디오에 따르면 20옴부터 600옴 헤드폰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다.필자의 LCD-2 Classic은 70옴의 리이니카 거의 소출력 앰프에 물렸다고 보면 된다.물론 헤드폰 앰프는 이런 출력도 관건이지만 출력 임피던스가 낮아야 하지만 430HA의 출력 임피던스는 1.25옴에 그친다.
여기서 잠깐.430HA의 출력은 어느 정도일까.필자가 리뷰한 몇 가지 헤드폰 앰프만 추려보았다.참조하기 바란다.
맨리 Absolute:12옴 1W 파쿤 HDA 5230:32옴 400mW 퀘스타일 CMA 600i:300옴 630mW,32옴 1.9W 오르니크 HPA-3000 MT:3W 오르니크 HPA-5000:5W SPL Phonitor xe:600옴 1W,300옴 2W,120옴 2W,

그러나, 430HA는 헤드폰 앰프 만이 아니다. DAC와 프리안 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뒷면을 보면 잘 알 수 있어 우선 한가운데에 디지털 입력 단자가 4개 모여 있다. 빛 1개, 동축 2개, USB 1개이다. 심 오디오에서는 안에 모듈 타입의 DAC 보드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리뷰 상품은 DAC가 내장되어 있다. 미국 ESS의 9018K2M 칩을 사용하여 DSD는 DSD256까지, PCM은 32비트/384kHz까지 컨버팅할 수 있다(이상 USB 입력 기준)
좌측에는 아날로그 입력 단자와 프리아웃 단자가 준비되었다. 입력단자는 언밸런스(RCA)가 2개, 밸런스(XLR)가 1개, 프리아웃 단자는 고정(FIX)과 가변(VAR)이 각각 1개조씩 준비됐다. 고정은 출력 레벨이 고정되는 것으로, 레코딩 기기와 접속할 경우에 사용한다. 일반적인 프리앰프에 사용하려면 가변출력 단자에 파워앰프를 연결하고 전면의 볼륨 노브와 입력 버튼을 만지면 된다.
430HA 설계디자인 : M-LoVo 정전압 회로, M-eVOL2 볼륨단, 트랜스컨덕턴스 회로
430HA에는 상급기로부터 낙수된 다양한 테크놀로지, 회로가 가득하다. 대표적인 것이 600이나 700시리즈 등에서 가져온 M-LoVo(Moon Low Voltage) 정전압회로와 M-eVOL2 볼륨단이다. 아시다시피 정전압회로를 제대로 거친 DC 전원은 노이즈 플로어를 낮추는 일등공신이 된다.M-eVOL2 볼륨단은 0.1dB씩 530스텝에서 작동한다.
다음으로 볼 것은 심오디오가 강조하는 트랜스 컨덕턴스(transconductance) 회로다. 이는 14dB 또는 20dB의 전어게인을 확보하는 전압증폭단을 트랜스컨덕턴스회로로 짰음을 의미한다. 트랜스컨덕턴스 회로는 전압이 입력되면 증폭된 전류가 출력되는 회로여서 무엇보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가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크다. 네거티브 피드백을 해주지 않으면 그늘의 뉘앙스가 살아나기 마련이다. 이에 비해 일반적인 OP 앰프 회로는 입력 「전압」, 출력 「전압」, 네거티브 피드백 구성이다.

아날로그 버퍼회로, 쓰마리 전해게인을 확보한 신호에 최종전류를 가해 출력을 얻는 회로에는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투입되었다. 온세미 컨덕터의 4H11G(NPN), 5H11G(PNP) 바이폴라 트랜지스터이다. 430HA 내부 사진을 보면 우측 기판 하단에 같은 패턴의 회로가 보이는 것이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들이 투입된 풀밸런스 디퍼랜셜(fully balanced differential) 버퍼회로다. 왼쪽 채널 플러스, 왼쪽 채널 마이너스, 오른쪽 채널 플러스, 오른쪽 채널 마이너스 4회로이다.
한편, 왼쪽 기판에는 리니어 전원부가 보이지만, 25VA 용량의 트로이덜 전원 트랜스가 2개, 닛콘의 평활 및 정전 캐패시터가 14개 박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전용량은 총 3만5000uF에 이른다. 주파수 응답 특성은 5Hz100kHz(-3dB), 왜율(THD)은 0.005%, 신호대 잡음비(SNR)는 120dB, 크로스톡은 110dB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전혀 끌리지 않는 스펙이다.
시청
풀레인지 시청실에서 이뤄진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달력의 A30, 헤드폰으로 오디지의 LCD-2Classic을 동원했다. 430HA의 내장 DAC 성능의 파악도 겸해 A30로부터 USB 케이블에 디지털 출력을 실시했다. 음원은 달력 앱을 이용해 주로 타이달(Tidal)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Charlie Haden & Pat Metheny ‘ Cinema Paradiso Love Theme ‘ ( Beyond Missouri Sky )
의자를 끌어당겨 430HA 앞에 앉아 오디지 헤드폰을 썼다. 베이스는 굵고 기타는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특히 기타 현을 누르는 손가락의 압력이나 마찰음이 작은 번개 치듯 선명하다. 같은 기타인데 저음은 고소하고 고음은 최고의 울림이다. 이처럼 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맛볼 수 있는 헤드파이의 쾌감을 오랜만에 만끽했다. 낱알 하나하나가 기분 좋게 튕겨진다는 인상. 헤드폰의 진동판이 움직이는 소리라기보다는 헤드 스테이지가 그대로 필자의 머릿속을 관통하는 듯하다. 일반 헤드폰 앰프로는 이런 수준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Herbert Von Karajan , Berlin Philharmoniker ‘ Beethoven Symphony No . 3 1st . Allegro Con Brio ‘ ( Eroica )
해상력이 좋다 오케스트라의 거의 모든 음이 걸려도 뭉치거나 채워지지 않는다 특히 플룻 소리가 튀어나올 정도로 잘 들린다. 청징하다 일단 ES9018K2M칩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소리들이 하나같이, 그리고 스트레스 없이 진동판을 빠져나가고 있다. 흐릿하거나 윤기가 없는 것은 DAC 파트 덕분이고, 시종 소리에 강단이 있고 부드러운 맛이 나는 것은 심오디오의 트랜스 컨덕턴스 증폭단 설계 덕분이다. 가냘픈 소리가 메워지지 않고 들뜬 마음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확실히 430HA의 노이즈 관리는 상위 레벨에 올랐다.

Ernest Ansermet , Orchestr a of The Royal Opera House & Covent Garden ‘ Tarantella from La Boutique Fantasque ‘ ( The Royal Ballet Gala Performance )
심 오디오 프리나 파워 앰프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이들의 주무기는 알아차릴수록 음의 기세가 날카롭다는 점과 그 윤곽선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헤드폰 앰프 430 HA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그 빠른 속도다. 특히 이 ‘타란텔라’에서는 앞서 나왔던 그늘이나 잔상들이 전혀 남김없이 사라져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처럼 음이 제각기 날렵하고 민첩하기 때문에 한 음 한 음이 또렷하고 선명하다. 관악기가 뒤로, 현악기가 앞에 있는 모습도 헤드무대를 통해 자주 재현된다. 그동안 모르고 오디지 헤드폰에 끼어 있던 얇은 필름을 이제야 떼어낸 것 같다. 이 투명함도 430HA의 큰 장점이다.
Eric Clapton ‘ Wonderful Tonight ‘ ( 24 Nights )
김연아의 ‘Going Home’을 벅스 음원으로 들으면 그녀가 이렇게 필자의 머리 한가운데로 쓱 들어올 줄은 미처 몰랐다. 심지어 피아노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아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된다. 한마디로 그들이 만들어낸 메아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느낌. 대단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이어 에릭 클랩턴의 곡에서는 크로스피드(Xfeed) 성능을 테스트했는데 크로스피드 버튼을 누르니 무대가 뒤로 빠지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해상도가 다소 떨어지면서 소리에 대한 태도 역시 소극적으로 변한다. 음량도 좀 줄었다는 느낌 그래도 소리와 무대가 귀에 와닿는 느낌이 편해진 게 분명하다 오랜 시간 헤드폰을 들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총평
심오디오 기기의 외관이나 내부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자극적이다. 「심·오디오·마크」외관은 말할 것도 없고, 대형 트로이달 트랜스와 큰 캐패시터, 마치 도심의 위성 사진을 보듯이 제대로 구획 정리된 PCB는, 웬일인지 소리를 듣기 전에 신뢰감을 준다 게다가 그들이 내건 스펙은, 지구별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항상 1% 상위권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소리, 딱딱하고 힘 있는 소리, 분말처럼 깨지는 해상력이 돋보이는 소리는 이런 외관과 내부 모습, 스펙을 닮았다.
이번 430HA 헤드폰 앰프는 여기에 헤드파이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더해졌다. 우선 입자감이 인티앰프나 파워앰프에 비해 훨씬 아름다워 체감상 배경의 정숙도와 소음의 휘발성이 더 높아졌다. 다양한 헤드폰 잭을 준비하고 크로스 피드 기능을 준비한 것은 어쩌면 기본 중의 기본. 따라서 430HA를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아직 자신의 헤드폰이 보여줄 것이 많다고 믿는 헤드파이 사용자, 3핀, 4핀 밸런스 단자를 갖춘 헤드폰 헤비유저, 헤드폰도 듣지만 가성비 만점의 DAC 겸 프리암프가 필요한 애호가. 이들에게 430HA는 멋진 선물이 될 것이다.
※ 2021년 3월 풀레인지에 기고한 제 글입니다. ▲ Audeze LCD-2 Classic 헤드폰 필자는 2년째 오디지 LCD-2 Classic 헤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마그네틱 헤드폰이지만 들을수록 그 섬세한 고역과 강력한 저역, 그리고 은근히 따뜻한 소리에 만족한다. 물론 스마트폰 직결으로는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현재 마이텍의 Manhattan IIDAC에서 헤드폰을 출력해 쓰고 있다. 맨해튼 II DAC는 원래 DAC로서의 제품이지만 헤드폰 앰프와 프리앰프의 성능도 흠잡을 데가 없다. 최근 LCD-2Classic이 더 멋진 소리를 들려줬다. 카나… www.fullrange.kr